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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치매 치료제 '레카네맙', 알츠하이머 치료 패러다임 바꿀까?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를 넘어서면서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이와 더불어 치매 환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치매란 기억력, 언어능력, 시공간 능력과 같은 인지 기능의 장애와 더불어 이로 인한 일상생활 장애가 생겼을 때 진단한다. 결국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해지고, 환자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을 뒤흔들며,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치매는 한 번 진단되면 치료가 어렵다는 인식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고정관념에 변화를 줄 새로운 치료제 '레카네맙(레켐비)'이 등장하면서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근본 원인, '아밀로이드 단백'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은 알츠하이머병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증상이 나타나기 10~20년 전부터 뇌 속에 아밀로이드 베타 이상 단백이 서서히 쌓이면서 시작된다. 이 단백질은 원래 정상적인 신경 기능 유지에 관여하지만, 구조가 변형되면 신경세포 손상과 염증, 타우 단백 변형을 일으켜 결국 뇌가 위축되고 기억력 저하로 이어진다. 즉, 아밀로이드 이상 단백의 축적이 알츠하이머병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기존 치료의 한계, 증상만 완화하던 약물들
지금까지 사용되어 온 치매 약물들은 알츠하이머병의 결과로 나타나는 증상을 조절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예를 들어 기억력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농도를 높이는 약물, 혹은 불면, 불안, 공격성 등 행동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약물은 일시적인 증상 호전이나 진행 지연 효과를 보이기도 하지만, 아밀로이드 단백이나 타우 단백, 신경 염증 등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치매의 시작점을 겨냥한 새로운 치료제, 레카네맙
레카네맙은 아밀로이드 이상 단백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이다. 임상시험 결과, 약 60~80% 환자에서 뇌 속 아밀로이드가 유의하게 감소했으며, 인지 저하 속도도 약 27% 늦추는 효과가 확인되었다. 기존 약물들이 증상 완화에 머물렀다면, 레카네맙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단백질을 직접 제거하는 첫 치료제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완전한 치료는 아직… 남은 과제들
물론 레카네맙도 완전한 치료제는 아니다. 알츠하이머병에는 아밀로이드 이상 단백 외에도 타우 단백 변형, 신경 염증 반응 등 다양한 기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레카네맙은 병의 원인 중 일부를 개선하는 치료이며, 완전한 예방이나 회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또한 치료 대상은 비교적 초기 단계의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 인지장애(mci) 혹은 초기 치매 환자에 국한된다. 치료 중 부작용으로는 발열, 두통, 알레르기 반응 외에도 aria(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라 불리는 뇌부종이나 미세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다행히 한국인은 서양인보다 aria 발생률이 낮고, 대부분의 이상 반응은 무증상으로 경과했다. 다만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치료비와 2주마다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주사 치료의 불편함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치매 치료의 미래, 점점 더 넓어지는 가능성
치매는 아직 완치가 어렵지만, 질병의 근본 원인을 겨냥한 치료제가 실제 임상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한 희망이다. 앞으로 타우 단백질이나 신경 염증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가 더해진다면,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은 한층 더 진일보할 것이다. 꾸준한 연구와 조기 진단, 그리고 환자와 가족의 적극적인 관리가 더해진다면, 환자와 가족의 소중한 시간을 지키는 치료의 길은 점점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