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마비가 와서 입이 돌아가고 눈이 잘 감기지 않는 '안면마비'. 다양한 원인으로 생기는 안면마비는 치료가 지체될 시 대부분 원래의 얼굴로 돌아가기 힘들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신경과 윤병남 원장(서울모두신경과의원)은 "안면마비의 후유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하면서 "특히 안면마비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벨 마비의 경우, 초기에 급성기 약물치료를 진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안면마비 중 가장 흔한 '벨 마비'를 중심으로 윤병남 원장과 함께 안면마비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q. 안면마비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중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요?안면마비의 원인은 꽤 다양합니다. 뇌졸중, 대상포진 바이러스에 의해 안면마비가 생길 수 있고요. 염증이나 감염에 의해 안면 신경이 손상되거나 외상에 의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여러 원인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벨 마비’입니다. 이는 영국 의사 ‘찰스 벨(charles bell)’의 이름을 딴 질환으로, 원인을 모르는 안면신경의 마비를 통칭하여 벨 마비라고 합니다. 원인 불명인 만큼, 벨 마비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다른 원인을 배제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뇌졸중, 대상포진 바이러스, 외상 등 다른 원인을 확인한 후, 이들 원인이 없을 때 벨 마비로 진단하게 됩니다.
q. 안면마비를 알아챌 수 있는 전조증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안타깝게도 안면마비는 전조 증상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안면마비가 진행되기 2~3일 정도 전에 전조 증상이 나타나는 사례도 있는데요. 이때 전조 증상은 떨림 등의 증상보다는 귀 뒤쪽의 불편감이나 눈물이 많이 고이는 증상, 얼굴에 느껴지는 이상한 느낌 등으로 주로 나타나는 편입니다. 그래서 환자분들은 ‘어제 귀가 좀 불편하더라’, ‘양치질을 하는데 침이 새더라’라는 식으로 전조 증상을 표현하시곤 합니다.안면마비는 이처럼 뚜렷한 전조 증상이 없는 편이고, 증상이 나타난 후에는 2~3일 이내에 안면마비로 빠르게 진행됩니다. 따라서, 의심 증상들을 숙지해 둔 후, 안면마비가 생겼다면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q. 벨 마비가 의심될 때 할 수 있는 검사는 무엇이 있나요?벨 마비뿐만 아니라 안면의 근력, 감각 이상 마비일 때 해야 하는 검사로 '순목반사검사'라는 것이 있습니다. 얼굴은 특이하게도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뇌신경(안면신경)과 감각을 담당하는 뇌신경(삼차신경)이 다른데요. 순목반사검사를 통해 이 두 가지 뇌신경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볼 수 있습니다. 환자 얼굴에 미세한 전기로 삼차신경을 자극하고, 뇌를 거쳐 안면신경으로 전달되어 나오는 것을 평가하는 방식인데요. 이는 육안상 잘 확인되지 않는 안면마비 초기에 빠른 진단을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이러한 반응이 수치로 기록되기 때문에 안면신경이 얼마나 많이 손상되어 있는지, 추후 회복될 때 어느 수준까지 회복되어 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순목반사검사 장비는 근전도실을 운영하는 신경과에 대부분 준비되어 있으며, 숙련된 검사자라면 약 10분 내외로 쉽게 평가해 볼 수 있습니다.
q. 벨 마비로 진단되면 어떤 치료가 이뤄지나요?벨 마비의 가장 중요한 치료는 '스테로이드 약 복용'입니다. 벨 마비는 아직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얼굴 근육을 담당하는 안면 신경에 염증이 생겨 발생한다고 여겨집니다. 때문에, 마비를 유발하는 염증을 줄이기 위한 약을 써야 하는데요. 치료제 중 가장 빠르게 염증을 줄일 수 있는 약이 바로 스테로이드로, 초반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벨 마비 환자분들이 오시면 체중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대개 스테로이드를 10~12알 정도 복용해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간혹 스테로이드 복용을 망설이는 분들도 있는데요. 어설프게 하루에 2~3알만 복용하는 것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아울러, 단순포진 바이러스가 벨 마비의 원인일 수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항바이러스 약도 함께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항바이러스 약은 보통 일주일 정도 투여합니다. 이 외에 민간요법이나 물리치료, 고압 산소 요법, 눌린 신경을 펴주는 감압술 등이 벨 마비의 치료법으로 소개되고 있는데요. 아직까지는 스테로이드제를 적절히, 빠르게 투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으로 여겨집니다.요약하자면, 벨 마비로 진단될 시 바로 스테로이드 약을 적극적으로 써야 하고요. 그다음으로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상당수의 환자분들이 눈이 잘 감기지 않는 증상이 있는데요. 눈이 감기지 않으면 결막염이 생길 수 있어서 인공눈물을 수시로 점안해줘야 합니다. 자는 동안 눈이 감기지 않는다면 눈에 테이프를 붙이고 자야 하죠.이런 약제들은 대개는 일주일, 길게는 2주 정도 투여하고요. 이후에는 안면 신경의 염증이 가라앉았다는 판단 하에 특별한 처치를 진행하지 않습니다. 기다림의 시작인데요. 이 시기 상당수의 환자분들이 불안감을 느끼곤 하십니다. 이때 마사지나 물리치료를 진행할 수도 있으나 회복하기 위해선 기다림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q.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안면마비의 치료법도 궁금합니다.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안면 신경을 공격해서 생기는 ‘람세이 헌트 증후군’이 있습니다. 이는 벨 마비와 매우 유사하게 진행되는데요. 벨 마비와는 달리 귀에 물집이 생기는 것이 특징입니다. 치료법의 경우 벨 마비와 유사하나 람세이 헌트 증후군에서는 항바이러스 약을 꼭 투여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아울러, 추후의 예후를 봤을 때는 벨 마비보다 람세이 헌트 증후군에서 후유증이 더 많이 남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또 다른 원인으로, 가장 위험할 수 있는 뇌졸중이 있습니다. 뇌졸중에 의한 안면마비는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뇌세포가 기능을 못하며 반대쪽에 안면마비가 생기는 것인데요.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며, 전체 얼굴 마비가 아니라 이마, 눈 근육을 제외하고 눈 아래 부분인, 팔자주름, 입 주변 근육 위주로 마비가 생긴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울러, 운동신경이 대뇌에서 운동신경중추를 중심으로 모여있다 보니 얼굴 마비뿐만 아니라 한쪽 팔다리에도 마비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뇌졸중에 의한 안면마비가 의심될 때는 벨 마비, 람세이 헌트 증후군과는 다르게 바로 ct나 mri 등을 찍은 후, 뇌졸중에 관련된 처치를 진행해야 합니다.
q. 벨 마비 환자 분들의 경우, 회복한 후에 혹시 재발할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요.벨 마비로 고생하신 환자분들 중 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분들이 적지 않은데요. 재발의 위험성에 대해 질문하시는 환자분들께 저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답변을 드리곤 합니다. 벨 마비의 재발률은 문헌에는 2~12% 정도로 되어 있고요. 흔히 8% 정도 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벨 마비가 온 환자분들께 여쭤보면, 최근에 무리하거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안면마비 재발을 걱정하는 분들께 저는 재발에 대한 걱정을 덜고, 편한 몸과 마음을 만드는 데 집중하시라고 말씀드리곤 합니다.그리고, 안면마비가 재발되는 경우 벨 마비가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한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ct, mri를 찍거나 드물게는 혈액 검사를 추가로 시행할 수 있습니다.
q. 후유증이 남는 경우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를 예방하는 방법도 함께 짚어주신다면요.다행히 벨 마비의 경우 전반적으로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았음에도 후유증 없이 좋아지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회복되는 데 2주에서 1~2달 정도 걸릴 수 있으나, 6개월 정도 지나면 환자 10명 중 9명 정도는 증상이 완전히 회복되죠. 열 명 중 한 명 정도에서는 후유증이 남을 수 있는데요. 얼굴 마비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회복되더라도 복잡한 전깃줄 같은 안면 신경이 서로 합선이 돼서 눈을 깜빡일 때 팔자주름이 같이 움직이는 등의 후유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후유증이 얼마나 남을지는 초기에 치료가 얼마큼 제대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빨리 발견하고, 초기에 급성기 약물 치료를 진행해야 하고요. 치료 이후에는 신경이 잘 회복되도록 충분히 쉬고,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얼굴 마비 때문에 불편하다면 마사지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기획 = 박세정 건강전문 아나운서도움말 = 윤병남 원장(서울모두신경과의원 신경과 전문의)